삼성, SK, LG, 롯데, 한화, GS, HD현대, CJ, 카카오….
최근 들어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는 대기업 그룹이다. 모두 “바이오가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제약·바이오 인수합병(M&A) 열풍이 거세지는 배경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 PwC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시장인 미국의 관련 M&A 규모가 올해 최대 356조원으로 작년보다 23%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은 이미 진출한 회사를 인수하거나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사들이는 것이다. SK바이오팜은 후자에 무게중심을 두고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LG그룹은 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ABC)를 미래산업으로 삼고 향후 5년간 혁신 신약 개발에만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CJ그룹은 2021년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전문 기업과 네덜란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를 인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투자처를 찾고 있다. 카카오는 의료 분야 인공지능(AI) 시장을 정조준했다. 오는 2월 AI 혈당 관리 앱 ‘파스타’를 내놓는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역시 바이오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서울아산병원과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암크바이오를 설립해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고 메디플러스솔루션이라는 디지털 헬스케어 자회사를 통해 삼성전자와 웨어러블 기반 환자 건강관리 사업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도 바이오기업과의 협업이 대세다. 엔비디아는 미국 대형 제약사 암젠과 손잡고 신약 개발을 위한 AI 슈퍼컴퓨터 개발에 나섰고 구글이 설립한 AI 신약 개발사 아이소모픽 역시 미국 일라이릴리, 스위스 노바티스 등과 4조원 규모의 대규모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다.
선진국이 주도하는 산업으로 높은 기술 진입장벽이 있고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것도 강점이다. 비만약으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지난해 9월 기준 연간 매출은 41조원으로 삼성전자 2023년 추정치(261조원)의 6분의 1 수준인데 영업이익은 17조8000억원으로 삼성전자의 2.4배에 달한다.
남정민/김우섭/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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